현재시간 빼기 20분
새롭운 보금자리에서 생활을 한지도 이제 내일이면 두달째, 내일 내야 할 월세의 압박감을 느끼며 오랜만에 평소보다 20여분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나와바리 근처는 극히 평범하다. 일찍 나와서 인지 아무래도 학생들이 설치고 다닌다. 한가닥 해 보이는 씩씩한 여중생들부터 얼굴에 여드름 꽃을 피운 어린 남중생들까지.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지하철은 그리 혼잡하지 않다. 예전 잠실-강남을 잇는 지옥철 라인으로 하루 생활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지금 지하철은 혼자 전세 내고 타고 다니는 느낌이랄까? 조그만 무료 일간지를 넓게 펼쳐도 걸리적 거림이 없고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도 안락하다.
......
조금 시간이 지나니 직장인들의 어택이 시작되는 신호가 들린다. 또각 또각..쿵쿵..무언의 압박이다. 어여 자세를 바로 잡고 전투태세에 돌입하라는 신호다.
어느새 몸을 가누지 못한 체 그냥 이리 저리 쓸려가야 하는 신세로 돌변해버린 나는 한 여성의 머리 향기를 맡으며 내릴 역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젠장 건너 앞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이 여성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남성의 평균키를 여유있게 제압을 해버리는 높이다. 난.....분명 하이힐을 신었으라 혼자 위로를 하며 싫지 않은 갓 샴푸한 듯한 머리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목적지에 우연히도 그 여성과 내린다.
앗....좌절이다. 그녀 단화를 신고 있다.
부지런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분명 커 보이지는 않는데...
멍하게 1초간 돌바위가 되어 버린 나를 이리 저리 툭툭 간만 보고 쓸려 가는 사람들...
내일은 그녀의 키를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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